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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예방, 고진감래(苦盡甘來)





대장암 예방, 고진감래(苦盡甘來)


김현건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필자가 전공의 시절이던 2000년 초반에는 대장암에 의한 대장폐색증 환자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대장암이 자라면서 장이 막히고, 천공까지 생기면 복강 내로 대장암 세포가 파급되어 대장암의 진행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다. 폐색성 대장암은 대장 내강에서 생겨난 작은 용종이 10년에 가까운 장시간 동안 성장한 결과다. 대장내시경을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대장암이 되기 이전에 병변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폐색성 대장암 환자를 보기가 어렵다. 대장암 검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대장내시경을 많이 받으면서 대장암으로 커질 만한 병변들, 즉, 대장 샘종이라는 조직으로 구성된 대장 용종들을 미리 제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있는 접근성이 세계 최고다. 검진센터도 많고, 나이를 불문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검진 프로그램도 잘 돼 있다. 의료수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해 누구나 쉽게 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있다.
대장내시경을 하는 목적은 반드시 대장암의 진단에만 있지 않다. 대장암 진단 검사는 대장내시경 보다 오히려 대변 검사가 더 적절하다. 국가에서 50세 이상 남녀에게 매년 시행하는 분변잠혈반응 검사는 출혈을 동반할 수 있는 암 병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검사다. 최근에는 민감도가 100프로에 가까운 대장암 바이오마커를 대변으로 진단하는 키트도 상용화 되어 검진에 이용되고 있다.
대변 검사가 대장암의 진단에 주로 이용되는 것이라면,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예방을 위한 검사라고 해야 더 적절하다. 대장암은 95% 이상이 샘종이라는 대장용종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여, 대장 샘종을 발견하고 내시경 제거술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장암으로 성장하는 대장 샘종의 위험인자는 이미 잘 알려진 음주, 흡연, 비만, 당뇨, 육식 섭취이다. 물론 유전적인 원인으로 인한 대장암의 가족력, 가족성 대장용종증, 혹은 지속적인 장의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도 대장암의 주요한 위험인자이나 이는 개인이 스스로 예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남자일수록, 고령일수록 대장암의 빈도가 올라가는 이유도 남성에서 음주와 흡연의 빈도가 더 높고 고령일수록 위험요소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을 할 때 마다 대장의 용종이 다수 발견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위의 다섯 가지 습관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되새겨 봐야한다.
대장 샘종의 예방을 위해 금주, 금연을 하고, 육류 섭취를 줄이고, 주 5회 이상 등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의 운동을 하면서 복부 비만을 조절하고 당뇨를 예방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한 대장 샘종의 발견과 제거다.
인생의 5락(樂)인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바야흐로 자기희생과 부지런함의 노력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암이 바로 대장암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