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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변비는 불치병?

만성 변비는 불치병?

순천향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 준 성

“우리 엄마는 항상 화장실에서 살아요. 화장실에 들어가면 식구들 모두 숨죽이고 있어야 해요. 그날 엄마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이 결정되는 순간이거든요.” 우리가 생활하면서 흔히 보는 일상사이기도 하다. 만성변비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구미에서 전인구의 2-27%, 우리나라도 전 인구의 2-24.3%가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

국내 조사에 의하면 변비의 치료 약물로 우리나라에서 연간 370억원(2003년)이 소비되며 실제 건강식품이나 한방치료를 포함하면 의료소비는 더 막대할 것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변비가 주증상인 경우는 일차 진료기관의 경우 7%, 삼차 진료기관의 경우 4%에 이른다. 대부분의 변비 환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자가 치료를 받지만 때로는 약물에 반응이 없고 증상이 심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있다.

변비는 어느 한 가지 증상이 아니다
변비는 어느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으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여러 증상을 호소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정상배변의 기준은 하루 3회 이하, 주 3회 이상이므로 일주일에 2번 이하로 변을 보는 경우 변비로 간주하지만, 많은 경우 배변횟수는 정상범위라도 과도한 힘주기가 배변의 1/4 이상을 차지할 때, 하루에 본 대변의 무게가 35g 미만일 때, 변이 단단할 때, 잔변감이나 항문이 막힌 느낌이 들 때, 배변을 위한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경우, 헛 힘쓰기, 화장실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하는 등 다양한 배변곤란 증상을 변비라고 이야기 한다.

식이섬유 섭취부족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이 가장 흔한 변비의 원인이다
변비가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기질적인 원인과 기능적인 원인으로 대별할 수 있다. 기질적인 원인은 암이라든지, 장폐색이라든지, 내분비질환, 신경질환, 아교질 혈관질환, 유전적 신경근육질환 등이 있으며 약물복용이 잦아지면서 약제에 의한 변비들이 있다.

그 외의 것을 기능성 변비라고 하는데, 이를 병태 생리적으로 보면 특히 여성들의 경우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이섬유를 불충분하게 섭취한 경우,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능이상인 과민성 장증후군, 대장운동이 느려져서 발생하는 느린 통과형 변비, 대장운동은 정상이나 항문을 통해 배출하지 못하는 배변장애, 이들 둘의 복합성 변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대학병원을 방문한 만성변비환자 1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았더니 정상통과형 변비가 57%, 배변장애가 21.7%, 느린 통과형 변비가 12.2%, 복합형이 8.9%로 분포를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식이섬유 섭취부족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이 가장 흔한 변비의 원인일 것으로 생각한다.

기질적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검사가 필요하며 특히 대장내시경 검사는 50세 이상이거나, 경고 증상이 있는 경우, 즉, 변비가 최근에 갑자기 악화된 경우, 출혈, 체중감소, 식욕부진, 구역 및 구토,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필요하다.

근실조성 변비에는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효과적이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치료를 하는 것이 좋으며,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서 변보기를 시도한다든지,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든지, 운동을 시킨다든지, 재래식 화장실에서처럼 쭈구리고 앉아서 변을 보게 하기도 하지만 치료효과가 입증된 바는 없다.

장이 막히거나 거대결장이 아니라면 먼저 과일, 야채와 같은 섬유질 섭취를 늘려보는 것이 유용한 첫 시도가 된다. 보통 20-25g의 섬유소의 투여로도 증상의 개선이 없고 악화된 경우는 병원에서 대장 통과시간 측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배변장애와 함께 복통이 동반되고 배변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과민성장증후군이라면 의사와 상담을 통해 나쁜 병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증상유발요인이라 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음식, 특히 고지방의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할 때는 의사의 처방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배변장애는 복합형까지 포함하면 30%에 이를 정도로 흔한데 대부분은 변을 볼 때 변이 잘 나오도록 이완되어야 할 항문 조임근이나 치골직장근이 오히려 수축을 하는 ‘근실조성 배변’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들 변비의 경우 약물치료에 대개 별다른 효과가 없고 바이오피드백 치료라고 하는 행동요법을 통한 교정만이 완치에 이르게 한다. 최근에는 천수신경자극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얻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느린통과형 변비는 대장운동을 촉진하는 약물요법이 치료이며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대장무력증인 경우는 수술로 거의 대부분의 대장을 절제해주기도 한다. 또한 배변장애 중 일부는 수술적 치료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자극성하제의 남용은 조심해야...
시중에서 자가 약물치료를 할 때 주의할 점은 흔히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약제가 자극성 하제이며 심지어 변비에 좋다는 차를 비롯한 수 많은 건강보조식품이 자극성하제를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극성하제를 복용하면 처음에는 효과가 매우 좋으나, 습관성, 내성발생, 전해질 이상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므로 함부로 복용하기 보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단계적으로 섬유소섭취 증가, 삼투성, 팽창성 하제 등의 순으로 올려가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만성변비로 고생하던 한 환자를 소개하면 29세 여성으로 고등학교시절부터 변비가 심해 약을 먹지 않으면 한 달이 되어도 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며 변비약을 남용하던 중 최근에는 모 자극성하제를 한번에 30알씩 먹어도 반응이 없어 방문하였다. 다른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혈액검사 등을 시행했고 이상 소견이 없다고 하여 바로 기능검사를 시행하였다. 기능검사에서 대장운동은 정상이었고, 심한 배출장애가 있었으며 배변시 항문조임근이 역행적 수축을 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사용하던 자극성하제를 중지하고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8번 시행한 후 환자는 놀랄만한 호전을 보여 처음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던 삼투성 하제를 끊고도 스스로 매일 변을 볼 수 있게 되어 현재 까지 잘 지내고 있다.

이같이 만성변비는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양하며 쉽게 고칠 수 있는 원인도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에 매달리지 말고 과학적인 접근법에 따라 올바른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편이나 국가적으로도 재원의 낭비를 없애는 첩경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페루의 작가이자 정치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말로 이상적인 배변을 표현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그들은 천천히 싼다. 온 힘을 다해, 느긋하게, 내장의 근육에 부드럽고 지속적인 충격을 가하면서 말하자면 어거지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덩어리들이 출구를 향하여 우아하게 미끄러져 나가도록 인도하고 수행하며 호위한다. 마치 그 일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