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돌연변이에 의한 시스-AB(cis-AB) 혈액형’을

공동연구를 통해 최초 발견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희봉 교수를 만나다!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돌연변이에 의한 시스-AB(cis-AB) 혈액형’이 발견돼 화제다. 시스-AB형 판정을 받은 사람은 29세 여성으로, 난소낭종 수술을 위해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을 내원했다가 혈액검사에서 시스-AB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 여성의 혈액 이상을 최초로 발견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희봉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안녕하십니까? 신희봉 교수님. 먼저 ‘돌연변이에 의한 시스-AB(cis-AB) 혈액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보통 시스-AB형은 시스-AB형인 부모의 유전형질을 물려받아 나타나는 혈액형입니다. 앞에 붙은 ‘시스(cis)’는 라틴어에서 나온 ‘옆에 있다’는 의미의 접두어로, 원래 떨어져 있어야 하는 대립유전자가 옆에 붙어서 함께 나타난다는 의미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시스-AB형은 환자의 아버지도 정상 B형이고, 어머니도 정상 B형이라는 점이 이례적이고, 무엇보다 선대로부터 전해온 혈액형이 아니라 당대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났다는 점이 특이한 사례입니다.

Q. 2013년에 이 여성의 혈액 이상을 최초로 발견해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덕 교수님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면, 이 여성분은 산부인과 질환으로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내원한 후 2013년 1월 본원에서 시행한 ABO/Rh 혈액형 검사에서 AB형의 아형이 의심되어, 같은 해 2월 순천향대 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정원 교수가 ABO 유전자형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보통은 이 정도에서 혈액형이 명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여성의 경우 시스-AB 변이형이나 B(A)혈액형 등이 의심되어 산부인과 외래 시 면담을 통해 여러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 드린 다음, 가족을 포함한 추가적인 연구용 검사를 권유하였습니다. 국내 연구자 중에서는 조덕 교수가 오랫동안 ABO 유전자 연구를 해왔기에 시스-AB형 사례를 많이 다룬 경험이 있어 연구용 검사를 부탁드렸습니다.

이번 연구가 일반인들에게 시사하는 점이라면, 혹시 혈액형에 대해 본인의 상식과 다른 사례가 주위에 있더라도 성급한 판단을 삼가야 하고, 혈액형 검사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Q. 연구를 진행하시는 동안 어떠한 점이 가장 어려우셨는지요?

아무래도 이 여성분과 부모님들께 설명 드리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매우 화목한 가정이어서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습니다만, 혈액형 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최종적인 결론이 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Q. 만약 교수님께서 이 여성의 혈액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셨다면, 수술시 잘못된 수혈로 큰 위험에 빠졌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잘못된 수혈로 인한 부작용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요?

잘못된 수혈로 인한 부작용 중에는 경미한 용혈부터 아나필락시성(과민성) 쇼크반응, 용혈성 수혈부작용 등 환자에게 큰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것들도 있는데 최악의 경우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수혈 의료기관에서는 이중 삼중의 점검을 통해 혈액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이번 증례도 이런 절차를 거쳐 발견된 사례입니다. 이와 같은 의료기관 단위에서의 노력 외에도 정부와 학회가 맡고 있는 역할도 큰데요, 수년 전부터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수혈학회가 안전한 수혈을 위한 수혈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전하고 정확한 혈액사용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감염 위협 최전방에서 검체와 씨름하는 ‘진단검사의학과’

신 교수, ‘진단검사의학과’는 ‘우아한 백조의 자태 아래 바삐 움직이는 발’이라고 생각해...

Q. 일반인들은 내과 의사, 외과 의사 등은 많이 들어봤어도 ‘진단검사의학과’라는 명칭은 아직까지 생소합니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주로 어떠한 일을 하는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병원에 진료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 “내과 진료를 보러가야지,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가야지”하고 오시는 분들은 많지만, “진단검사의학과에 가야지” 하시는 분들은 없으실 겁니다. 그 이유가 저희 과는 인체에서 유래된 여러 가지 검체(예를 들면 환자에게서 뽑은 ‘피’)를 검사하여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진료과목이라서 환자분들을 직접 대면하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거의 모든 진료과가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시행하는 각종 검사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 주로 각 과 의사들과 상담 및 협진을 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분들의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본원에도 설치되어 있는 ‘유전검사 클리닉’ 등이 활성화되면서 환자분들께 유전질환 관련 상담 및 검사를 직접 시행하고 있어 환자분들과의 대면 기회가 늘어난 셈이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진단검사의학과의 주 역할은 인체에서 유래된 여러 가지 검체를 검사하는 일이라고 하셨는데, 올해 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사태 당시 교수님께서 메르스 의심환자의 검체를 도맡아 검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타 병원에서 의료진 감염이 속출하는 상황이었는데 검체 검사가 두렵지는 않으셨는지요?

조금 정정이 필요한데, 저는 메르스 유행의 첫 한 달 동안 메르스 의심환자 검체의 전처리를 담당했을 뿐입니다. 나머지 검사과정은 진단검사의학과 유전부 직원들이 고생했고요. 물론 전처리 과정의 위험성이 높기는 합니다만, 의심환자를 대면하며 고생했던 응급의학과나 내과, 간호부 등 다른 직원들에 비하면 내세울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제가 진단검사의학과 내에서 맡고 있는 업무가 임상미생물학 및 수혈의학 분야였으므로 메르스 검사도 제 소관 업무였습니다.

정리하면 의료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중간관리자로서 직원들에게 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는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혹시 감염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른 직원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검사 업무를 꾸려나갈 수 있다는 점이 나름 위험도가 있는 업무를 자임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당시 우리 병원은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는 선별 진료소를 설치하고, 모든 직원이 한마음으로 지역 내 메르스 감염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 덕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메르스 걱정 없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었고,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감사하게도 부천상공회의소, 국제라이온스클럽 부천지역, 국제로타리클럽 부천지역 등, 8개의 지역 기관과 시민들이 응원 현수막을 보내주셔서 모든 직원들이 큰 힘을 얻었죠.

Q. 끝으로 교수님께서 몸담고 계신 ‘진단검사의학과’를 한 단어로 표현하신다면?

음. 어려운 질문이지만, 우아하게 물에 떠 있는 ‘백조의 발’이라는 표현이 가장 가까워 보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시행하는 각종 검사가 거의 모든 진료과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환자분들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순천향대 부천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환자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부지런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