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간담췌 수술과 간 줄기세포치료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외과 최동호 교수. 2003년과 2006년 대한이식학회 학술상 수상을 비롯해 2004년과 2010년에도 대한간담췌외과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0년 6월과 11월에는 각각 대한간학회 학술대회 총회구연상과 간 및 이식부문 학술상을 받았다.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무수혈로 집도하는 등 진료 수술 연구 어느것 하나 게으름이 없다. 바쁜 일상에 평일에는 아이들 얼굴 보기가 어려워 시간이 날 때면 캠핑으로 만회를 하고 있다는 최동호 교수를 만났다.
"학생 때 보이스카웃 활동을 했는데, 그 때 캠핑을 처음 접했지요. 한번 맛보면 절대 잊지 못할 그런 경험을 일직 한 거죠. 대학생 때는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같은 명산에 텐트를 짊어지고 산행과 야영을 다녔어요. 친구들과 같이 다니기도 했지만 혼자서 가기도 했지요. 학년이 올라가고 수련의와 전공의가 되면서 캠핑은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결혼 하고도 너무 바빠서 완전히 잊어 버렸어요.
가족과 함게 시간 보내기 위해 캠핑 시작
그가 다시 캠핑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미국 메릴랜드 연수시절, 그것도 2년차 때부터다. "미국에 올 때 작은 아이는 너무 어려서 한국 할아버지 댁으로 보냈습니다. 큰 아이가 여섯살 이었어요. 당시 제가 맡은 일 중 중요한게 연구시에서 키우는 세포에 밥을 주는 거였어요. 배지를 갈아주고 환경을 맞추어 주는 일이죠. 세포는 매우 예민해서 하루라도 밥을 안주면 안돼요. 다른 사람들은 미국에 오면 적어도 주말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밥을 줘야 하니까 주말에도 계속 연구실에 가야 했어요. 1년을 그렇게 하다 보니까 가족들 한테 너무 미안 했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내와 얘기를 했지요. 평소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 주고 싶었어요. 고민하다 캠프를 가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주말마다 캠핑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세포 밥 주는 거예요. 그래도 목표를 세웠으니 시작했지요. 예전에 그 설렘이 다시 찾아왔어요."
메릴랜드는 우리나라 남한 정도 크기에 날씯 비슷하다. 게다가 미국은 캠핑장 시설도 잘 돼 있다.
"처음에는 텐트를 쳤습니다. 일곱살 큰 아이와 아내랑 셋이서 다녔어요. 거의 매주 주말에 일단 나갔지요. 그런데 미국은 역시 큰 나라입니다. 보통 3시간 정도 달려서 캠핑장에 가곤 했는데, 문제는 세포 밥주는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금요일 퇴근 후 바로 나갔어요. 가족들과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서 캠핑장에 도착한 후 거기서 짐을 풀고, 자고, 아침에 저만 새벽같이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서 밥주고 다시 내려가서 놀다가 자고, 일요일에 텐트를 걷어서 올라오는 식이었지요"
가족들에게 그동안의 미안함을 보상하려고 시작은 했지만 몸은 힘들었다. 그러나 주말은 온통 가족들과 함께하는 캠핑은 그런 힘듬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셰난도우 국립고원은 특별히 기억이 납니다. 캠핑장 주변에 사슴은 물론이고, 곰도 옆에 어슬렁 거리곤 했어요. 큰 아이가 매우 좋아 했지요.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입니다. 또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이제 말이 좀 통하는 아빠가 된 것이죠."
바쁜 일상을 쪼개서 캠핑을 다니다보니 에피소드도 많았다.
"제일 멀리 간 게 5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캠핑장이었어요. 저녁 10시쯤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자고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와야 하는데 빨리 다녀오려고 5시간 걸릴 거리를 2시간에 주파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잡혔죠. 시속 200킬로미터 정도로 달리다가 카우보이 같은 경찰한테 잡혔는데 너무 세게 달리니까 바로 즉결심판에 넘기더라구요. 꼭두새벽 한적한 도로인데도 경찰이 숨어 있다가 쫓아 오더라구요. 지금은 이렇게 웃지만 당시는 심각했어요. 새벽에 다가오는 미국경찰 진짜 무섭거든요."
"한번은 비가 오는데도 야영을 한 적이 있어요. 곤히 자다가 뭔가 이상해서 일어나보니 매트리스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거예요. 아이는 그래도 잘 자고 있었고 아내와 둘이서 밤새 물 퍼내고 그랬던 기억도 재미있네요."
미국인들은 가족 모임을 캠핑으로하는 경우도 많다. "옆에 계신 분들을 봤더니 대가족이더라구요. 50대, 60대 되신 가장부터 어린이까지 있는데 전국에서 모였어요. 각자 캠핑카를 가지고 그곳으로 모여서 1주일 정도 지내다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굉장히 조용해요. 오전 내 늦잠 자고, 점심에 시리얼 먹고, 책보고, 잠깐 나가서 산책하다 오고, 저녁에 바비큐 파티하고,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그게 쉬는 거긴 하지만 한국에서 떠들썩한 캠핑에 익숙한 저는 처음에 낯설었어요.'
캠핑의 매력,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아...
지난 어린이날 연휴에는 하루 휴가를 내서 캠핑카를 끌고 3박4일 거제도를 다녀왔다. "5월 4일 수요일 저녁에 출발을 해서 토요일 아침에 올라왔어요. 첫날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고, 가다보니까 창녕이라는 곳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차 세우고 라면 끓여 먹고, 우포늪에 들러 구경하고 김해를 거쳐 요즘 주목 받고 있는 거가대교를 타고 거제도에 도착했어요.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텐트를 치기에 별로 좋지 않은 자리만 남아 있는 거예요. 그런데 캠핑카를 끌고 왔으니까 거기서 잤어요. 캠핑카니까 편해요."
물론 KTX 타고 가서 렌트카 빌려서 놀러 다니고 펜션에서 편히 잘 수도 있다.
"그런데 펜션을 빌리면 꼭 그 집에서 자야 되잖아요. 밥도 사먹거나 해 먹어야 하구요. 그러나 캠핑카는 먹을 것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고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고,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초등학교 4학년 큰 아이와 세살 작은 아이는 여행 내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물론 아빠는 열심히 운전해야 하지만 그 때 아이들은 자면서 체력을 보충하지요. 또 새벽 5시쯤 출발을 하면 오는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아요."
"남해도 좋고 당끝마을, 고흥반도, 완도도 좋은 것 같아요. 두 가족이 함께 갈 수도 있어요. 텐트와 승용차 한 대를 추가하면 아이들은 캠핑카에서 재우고 어른들은 텐트에서 자는 방법도 괜찮거든요. 캠핑의 매력은 아이들과 고기굽고, 함께 놀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빠만 너무 힘든 것 아닐까?
"제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그 설렘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으면 저는 힘들지 않아요.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자녀들과 또 이런 시간을 가질 것이거든요. 그 때는 할아버지와 3대가 같이 가게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