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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이준희 교수는 부모님들 걱정 한번 끼친적 없는 모범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책임감 있게 해내는 성격이었다. 소위 ‘굿보이’로 불릴 정도로 집과 학교 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을 만큼 성실했다. “아버지께서 직업군인으로 장교를 역임하셨어요. 그래서 항상 소위 에프엠(FM, 야전교범) 적인 생활을 보고 배웠습니다. 엄격한 아버지의 덕분에 더욱 모범적인 생활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 성격과 생활 습관이 자연스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모범적인 생활만큼이나 학창시절 이 교수의 성적은 항상 우수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자연계로 진로를 선택하고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면 약대나 의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성격에도 잘 맞으리라 생각했고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약대에서 의대로, 새로운 꿈을 키우다
중앙대학교 약대에 입학한 이 교수는 최선을 다해 성실히 약학을 공부했지만, 항상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도 의대에 대한 미련이었던 것 같다고 이 교수는 회상한다. “약학과 약사 역시 매우 중요한 학문이자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약학을 열심히 공부할수록 조금은 부족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약사보다는 의사가 되어 보다 직접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한쪽에 쌓여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 교수가 선택한 것은 약대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의사로서의 새 삶을 꿈꾸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그 성실한 성격으로 다시 열심히 도전한 결과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 할 수 있었다.
“막상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다 보니 어렵다기보다는 너무나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마 대입을 준비하던 고3 때나 대학원을 준비하던 때보다 오히려 대학원 입학 후 의학 공부할 때가 몇 배는 더 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 교수가 의학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는 매우 간단하고 명료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을 알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습니다. 환자들의 질병에 대해 하나씩 알아 갈수록 저의 공부 강도는 더욱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알아 가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치유가 어려운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볼 때마다 드는 안타까움은 이 교수를 더욱 의학 공부에 몰두하게 했다. “저 역시 질병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환자를 마음으로 대하는 의사 선생님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직접 환자로서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더 좋은 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가가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저주는 의사 될 것
환자에 대한 사랑은 그가 최고의 의사가 되는 촉매제가 됐다. 크리스천인 이 교수는 기독학생회 활동을 하며 의료봉사도 열심히 참여했다. 자신이 공부한 지식을 통해 더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환자를 대하면서 의술은 기본이되,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병으로 힘든 삶을 살고 고통을 받는 환자들에게 이런 의사의 손길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교수는 전공과목으로 외과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외과는 수술뿐 아니라 외과, 내과적 모든 지식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는 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힘든 과라고 기피하는 외가가 이 교수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분야로 느껴졌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손도 잘 써야 한다는 점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또한, 환자분들의 생명을 드라마틱하게 살릴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습니다.”
전 세계 발병률 1위 유방암 전문가로 ‘우뚝’
외과 분야 중에서도 이 교수의 최고 전문 분야는 유방암이다. 국내 여성 뿐만아니라 남녀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발병률 1위가 바로 유방암이다. “유방암은 가장 쉽게 발병하고 또 더욱 증가하고 있는 병입니다. 그래서 벤치 투 베드사이드(benchto-bedside)라 하여 가장 최신의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질병입니다.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수술하고 수술 후에도 다시 치료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또한, 최신 기술에 관한 연구도 지속하여야 합니다. 이런 점들이 저를 유방암에 더욱 관심 갖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유방암 로봇수술에 관해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전립선암이나 대장암 등에 보편화된 반면 유방암에 적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도 이 교수 부임과 함께 2022년 처음 유방암 로봇수술이 도입됐다. 이 교수가 이 과정에서 직접 모든 시스템을 세팅했다.
“오늘까지 유방암 로봇 수술이 100 케이스가 됐습니다. 2년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달성한 수치이고, 결과면에서도 환자에게뿐만 아니라 저희에게도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거든요. 서울병원이 유방암 수술에 있어서 최고의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봇수술을 통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나날이 높아졌다. 미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수술이기에 전체 환자의 95% 이상에 달하는 여성 환자들에게는 유방암 로봇수술이 최고의 수술로 자리 잡았다. 서울병원에 유방암 로봇수술을 바로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전공의와 전문의 과정을 거치면서 로봇수술 기술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연구했기에 가능했다.
선배 교수를 보며 환자에 대한 사랑을 느끼다
지금까지 이 교수를 이처럼 성장시켜 최고의 전문의로 만들어 준 가장 힘은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지난 2022년 부임한 후 이 교수가 가장 먼저 감동 받은 것은 선배, 동료 교수들의 환자에 대한 마음이었다.
특히 서울병원 최고의 외과 명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민혁 교수의 환자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금 제가 직접 모시고 있는 이민혁 교수님의 환자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70세가 넘은 연세에도 항상 환자들을 위해 일하십니다. 완벽한 수술로 병을 치료해 주시고,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심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환자의 경제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환자를 위해 주십니다.
이제는 저에게는 가장 본받고 싶은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 교수 역시 환자 사랑과 존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와의 만남에서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 대할 때 항상 일어서서 인사를 드리고 반갑게 맞이해 드립니다. 처음 따뜻하게 환자분을 맞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환자분들이 저를 아주 편하게 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실력 없는 의사의 환자 사랑은 ‘교만’
이 교수는 이처럼 환자에 대한 사랑을 중시하지만, 그보다도 항상 우선시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의사로서의 ‘실력’이다. “환자에 대한 사랑, 물론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랑은 오히려 ‘교만’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최신 트렌드와 연구에 매진해 실력을 갖춘 다음 환자에 대한 사랑이 더해졌을 때 완벽한 치료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지금도 더 많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퇴근하고 가면 두 아이를 돌봐야 하거든요. 아이 모두가 잠든 이후 늦은 밤부터 새벽 시간이 제가 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나만의 시간입니다.”
이 교수의 앞으로의 목표는 그리 거창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다른 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는 최선의 진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를 위해 더욱 공부와 연구를 멈출 수 없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전에 더 큰 대형병원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는 이 교수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부임 후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연구와 진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병원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습니다. 이전 병원은 다소 개인적인 분위기였다면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첫날부터 모든 의료진이 너무나 따뜻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이런 병원의 분위기는 환자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환자사랑을 실천할 수 있고 환자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의료진을 대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의사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의정갈등 등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 나름의 노력을 지속한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전 응급환자 살려낸 장성우 외과 교수 2024.08.12김민정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