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토론

농약을 통해 본 여성 몸의 정치학(민최지원)

안녕하세요. 홍세용 선생님. 몇년 전 이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농약이 여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여쭤보았었는데.. 기억하실 지... 그때 당시 저에게 몇가지 중요한 모티브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작은 글이 얼마전 다른분들과 공저로 출간되었습니다 (제 글에 선생님 사이트 등이 인용되어 있어요). 당시 제 질문에 답변해주시면서 후에 제 논문의 요약부분을 사이트에 올려줄 수 있냐고 하셨었는데... 몇년이 지난 오늘에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제글의 결론보다는 이 사이트의 취지와 관련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발췌해 올립니다. 제목: \"농약을 통해 본 여성 몸의 정치학\" (민최지원)에서 부분발췌함 (책이름: <꿈꾸는 지렁이들>, 출판사: 환경과 생명, 출판년도: 2003)
몸을 둘러싼 과학적 지식 구성, 적용 및 유통은 권력이 작동하는 정치적 과정이다. 과학이 표방하는 중립성은 정상적·보편적 몸으로 남성을 전제하고 있다. 농약 문제 속에서 여성의 몸을 발견(?)하는 것은 중립적 과학이 어떻게 남성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과정에 해당된다. 농약과 같은 화학물질은 지용성으로, 피부접촉, 구강섭취, 호흡 등의 방법으로 일단 우리 체내로 들어오면, 체내의 지방 성분에 결합하여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자신이 마치 호르몬인 것처럼 행동해서 (환경호르몬: 여성호르몬인 것처럼 작용하는 물질) 내분비계(endocrine system)를 교란시킨다. 내분비계 (endocrine system)는 신체 반응 및 기능 조절하는 화학 신호계 (network)인데 그 기능은 다음과 같다. 신체내부 항상성 유지, 체외 자극에 따른 적절한 반응, 성장, 발육, 생식기능 조절, 에너지의 생산, 이용 및 저장의 기능을 담당한다. 무엇보다도, 내분비계는 우리 몸에 필요한 호르몬과 같은 조절물질을 분비하는 곳인데, 여기가 교란되면,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가 어렵다. 그런데 화학물질은 필요 이상의 estrogen(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Estrogen은 주로 여성의 난소와 남성의 고환에서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신체에서 생성되는 양이 월등히 많으므로 여성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Estrogen의 기능은 성장, 발달, (사춘기)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생리, 임신의 재생산 순환기능(reproductive cycle)을 조절한다. 따라서 환경호르몬에 의한 필요 이상의 여성호르몬 분비로 인해 난소 기능과 임신에 영향을 미치고 유방과 암 유발하는 세포증식을 촉진시킬 수 있다. 지방은 체중의 18%를 차지하며 몸 전체의 기관과 조직에 골고루 널리 분포되어 있다. \"지방질에 가용성의 살충제가 세포 내에 저장되면 산화와 에너지 생산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능을 파괴시킨다(레이첼카슨, 1995: 205)\". 게다가 여성의 몸은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몸 전체에 차지하고 있는 지방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지용성인 농약의 체내 흡수율이 높을 수 있다(홍세용, 2000). 특히 이러한 화학물질은 유방과 난소의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여성이 농약이라는 환경호르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이러한 공통분모인 여성의 몸에 기반 한다.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1896년이었지만 제초제와 유방암과의 관계를 정립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31년이 지난 1993년에 생화학자 Dr. Mary Wolff는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DDT의 비율이 유방암에 걸리지 않은 여성보다 상당히 높은 것을 발견했다. 카톨릭대 의대 이강숙 연구팀도 유방암 환자와 비유방암 환자 각 50명의 혈청 및 유방지방 조직에서 살충제 DDT의 대사산물인 DDE를 검사한 결과 유방암 환자군이 검출된 DDE가 1.5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딜드린 살충제이 estrogen을 증식시킴으로써 유방암을 유발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덴마크의 한 연구자에 의해서 발표되었다. 딜드린 살충제가 혈액 속에서 높게 발견된 여성들이 유방암을 일으킬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두 배나 높다는 것이 그 연구결과이다. 딜드린과 같은 화학물질은 estrogen을 모방(mimic)하는데 이것은 유방의 종양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딜드린, DDT, PCBs의 사용이 미국과 유럽에서 금지되었으나 잔류되어 몸에 축적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xenoestrogen(환경호르몬)이 난소암과의 관련성을 설명한다. Xenoestrogen이 정상수치보다 높을 때 1) 난소 기능과 임신에 영향 2) 유방과 자궁에서 암 유발하는 세포증식을 촉진시킬 수 있다. 유방처럼 난소의 지방에 환경호르몬이 용해되어 있다. 1989년 연구에 따르면 estrogen이 난소의 종양 세포를 성장시키는 속도가 50%정도 더 빠르다고 한다. 같은 해 이탈리아 연구원들은 triazine 제초제에 노출된 여성농민들의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3-4배 높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triazine 제초제가 난소에서 xenoestrogen(환경호르몬)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독일은 1991년 triazine의 사용을 금지했다. 농약 문제는 기존에 비가시화되어 온 \'여성의 몸\'을 통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 여기서 \'여성의 몸\'은 차이를 구성하는 하나의 변수를 의미한다. 그러나 다양한 여성의 \'몸들\'을 \'여성몸\'이라는 표준화되고 본질화된 방식으로 묶기보다는, 몸이 가진 다양한 차이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공통성의 최소단위로써의 여성의 몸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농약문제에 있어서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을 표준·정상으로 하는 과학지식의 \'중립성\'에 대한 저항의 준거점인 동시에 몸의 차이에 대한 평등과 존엄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지평선이다. 안녕히 계세요. 민최지원 올림.
\"몸을 둘러싼 과학적~\"부터 \"지평선이다\"까지 발췌된 부분입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