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토론

농부증과 만성 농약중독

만성 농약중독 : {순천향의대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장, 내과교수 홍 세용}
서론 : 수 십 년간 농약을 살포해온 농민들 중에는 급성 농약중독과 관련 없이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농약노출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다양한 형태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는 만성 농약중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진단 기준이 없어 이들 농민들에게 만성 농약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농민들이 몸이 불편하여 병원을 찾아도 의사들이 “잘 모르겠다”고 하거나 “괜찮다” 혹은 “퇴행성 변화”라고 하거나 심지어 “신경성” 이라고 막연하게 진단을 내려주는 경우가 많고 치료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설명 해주지 않아 환자는 의사를 불신하게 되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한방 요법을 찾아 나서거나 기도원 같은 곳을 방문하여 비과학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만성 농약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이 다양하다.
첫째, 다양한 성분의 농약이 사용된다. 둘째, 농약 노출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셋째, 비 특이적인 임상 증세를 보인다.
넷째,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어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성 농약중독은 아직 확실하게 정의된바 없으나 그 실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 농민은 선진국에 비하여 농약 사용 시 안전장치 및 살포 기계화가 미비하고 비교적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에 비하여 더 많은 농민들이 만성 농약중독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필자는 만성 농약중독의 원인과 의심이 되는 환자들에 대한 접근법, 그리고 치료에 관한 의견을 정리하여보고자 한다.
본론 : 농약의 만성적인 중독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보건학적인 문제는 암 발생의 증가와 신경학적인 합병증으로 요약된다. 많은 농약이 환경 호르몬으로 분류되고 DNA손상을 유발하거나 oncogene의 발현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암 발생에 관한 내용은 생략하고 일반 임상의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당면하게 될 만성 농약중독에 의한 신경학적인 합병증에 대하여서만 기술하고자 한다.
농약에 의한 세포손상의 기전은 대부분 농약이 갖고 있는 화학적 구조의 특성에 기인한다. 즉 대부분의 농약은 electrophilic 한 구조를 갖고 결과적으로 free radical을 형성하여 기질 혹은 유전자 손상을 유발한다. 특히 신경세포에 작용하여 신경 전도장애를 유발하는데 그 이유는 농약이 신경세포의 구조적인 변화를 유발할 뿐 아니라 ionic channel 의 기능적 병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민들은 다양한 종류의 농약을 살포하기 때문에 개개의 농약에 대한 구체적인 중독을 임상적으로 규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농가에서 연간 사용되는 농약은 농지의 규모나 농사형태에 따라 다소간에 차이가 있으나 보통 3-4가지 이상의 살충제와 진균제, 그리고 2-3가지의 제초제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들 농약이 대부분 만성적으로 다양하게 신경계에 양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임상 증세들은 비 특이적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오랜 기간 농사를 지은 농민에서 나타난 신경학적인 증세를 특정 농약의 효과라고 단정하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농약 중에서 특히 신경조직에 작용하는 살충제 계열 중 특히 유기인제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축적되어왔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이 유기인제 인점을 고려하여 본 란에서는 유기인제 살충제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장기간 노출에 의한 유기인제 중독( Long-term exposures)은 중추신경장애, 말초신경장애, 정신장애, 그리고 행동장애 등이 있다 .
1. 장기간 노출에 의한 중추신경장애 a. 파킨슨씨병(parkinsonism) b. 안과 질환 : ( field defect, myopia, astigmatism, optic nerve lesion, retina lesion) c. 인지장애(cognition impairment) d. 혼돈, 착란(confusion) e. 관절 근육 신경통(arthro-myo-neuropathy) f. 뇌파검사 이상
2. 장기간 노출에 의한 말초신경장애 a. 감각신경장애 b. 근전도 이상 3. 정신장애 a. 정신 분열증(schizophrenic reaction) b. 우울증(depression reaction) c. 기억력 장애(impairment of memory) d. 집중력 저하(difficulty in concentration) e. 자해 충동(suicide)
4. 행동장애 : 다양한 형태의 행동장애가 올수 있다.
5. 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Syndrome : 이는 과거에 농약에 중독 된 일이 있거나 혹은 농약 노출시 역겨움을 느꼈던 사람이 다시 농약에 노출되면 그 증세들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보통사람에게는 별다른 증세를 유발하지 않는 낮은 농도에서 다양한 형태의 증세들이 발생하는 특별한 현상으로 이때 증상들은 오심, 구토, 현휘, 두통, 침 흘림, 정신혼미, 허약감 등 비 특이적이고 다양하다. 아직 병태생리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psycho-somatic disorder이거나 약제에 대한 과민반응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농민 중에서도 농약냄새만 맡으면 위에서 언급한 증세 중 일부가 재발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심한 경우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




만성 농약중독 진단방법 :
A. 신경학적 이학적 검사, 직업과 연관된 현 병력, 과거력 : 위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만성농약중독에 의한 신경학적인 증세는 비 특이적이어서 당뇨병, 비타민 부족, 만성 알코올중독, 중금속중독, 노화현상 등에 의해 유발되는 신경학적 손상과 감별이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문진 및 이학적 소견을 통하여 이들 질환을 감별하고 농약 사용기간, 그리고 농약 살포시 보호 장비 착용여부 등을 고려하여 만성 농약중독의 진단에 접근해야 한다.
B. 일반 혈액검사, 생화학검사, VDRL, choline esterases, 필요시 중금속 검사. C. 안과 이비인후과 검진 D. 근전도 ;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계를 구별하여 검사 E. 필요시 Brain CT 혹은 MRA, MRI 촬영
F. Psychological assesment(심리학적 진단평가) : Full Battery[BGT, MMPI, 지능검사(K-WAIS, KEDI-WISC, K-WPPSI), HTP, KFD, SCT, Rorschach, TAT 등]으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시된 각종 심리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측정하고자 하는 특정영역(인지, 성격, 정서, 자아지각, 대인관계 특성, 적응적 행동특성 등)을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방식에 따라 양적, 질적으로 평가하는 심리측정법으로, 개인의 학력, 지적능력, 사회문화적 환경, 외상적 사건, 병력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 지능검사(K-WAIS, Korean-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Wechsler 개인용 성인지능검사로 11개 소검사를 통해 개인의 지적 기능(현재지능수준 뿐만 아니라 병전지능 수준까지도 추정함)은 물론 성격특성, 동기, 및 정신병리 등을 파악하는 구조화된 객관적인 검사이다. 이 검사에는 고도로 조직화된 능력 및 아동기부터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요구하는 6개의 언어적 소검사(기본지식, 숫자외우기, 어휘문제, 산수문제, 이해문제, 공통성문제)와 비교적 덜 조직화되어 있으면서 즉각적인 문제해결 능력, 과거 축적된 지식의 활용, 즉각적인 대처능력을 요구하는 5개의 동작선 소검서(빠진곳 찾기, 차례 맞추기, 토막 짜기, 모양 맞추기, 바꿔 쓰기)로 이루어져 있다.
2) MMSE(간이인지기능 검사)는 환자의 인지상태를 간략하게 파악하는 방법으로 특히 환자의 orientation(time, space, person), memory(immediately, short-term memory), 3R(reading, writing, arithmetic) skill 등을 간단하게 파악하는데 유용한 검사이다. 3) BGT(Bender Gestalt Test)는 간단한 기하학적 도형이 그려져 있는 9개의 자극 card를 copy하게 한 후 여러 가지 변형된 추가단계(recall 등)를 실시한 후 여기서 나온 정보를 통해서 개인의 인지, 지각, 정서, 성격 등의 심리적 특성들을 분석하는 것을 물론 신경학적 문제(뇌손상의 유무, 정도, 부위를 측정하고, 뇌와 행동의 관계 등)를 파악해 내는 검사로 교통사고나 산재사고로 인한 정신증상 발생에 대한 정신능력 평가에 필수적이다. 4) 그림검사(House, Tree, Person; BGT) :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집, 나무, 사람 그림을 통해 신체상, 자아개념, 정서적 특성, 자신에게 중요한 인물에 대한 태도, 사회상황에 대한 태도 등 자신의 독특한 정서적, 표상적 경험을 나타내고, 충동, 불안, 갈등, 보상 등을 반영할 수 있다.
G. Jebsen hand function test : 1969년 Jebsen 등에 의해 고안된 일곱 가지의 표준화된 sebtest를 이용한 수부기능 평가 방법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손 기능을 포함하는 객관적 평가법이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이용하여 짧은 시간에 간단히 시행토록 고안되어 있다. 물론 손 기능을 평가하는 단순한 검사이지만 소위 motor co-ordination function을 반영하므로 중추신경계의 기능적 손상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치료 : 1. 만성 농약중독에 의한 신경학적인 합병증이 진단된다고 해도 결정적인 치료법은 없는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병의 원인을 알고 설명해주고 보존적인 치료법을 모색하는 것은 임상의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환자를 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2. 신경학적 증세가 발견되면 철저한 보호 장비 착용으로 반복 노출을 피하도록하고 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syndrome 같은 경우에는 좀더 적극적으로는 직업을 바꾸도록 하거나 유기농법을 이용한 농사법을 추천해야 한다.
3. 대부분의 농부들은 음주량이 생각보다 많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90% 이상의 농민이 만성 알코올 중독 상태이다. 따라서 알코올성 신경질환과의 감별도 매우 중요하다. 금주 금연, 그리고 균형 잡힌 식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4. 재활치료.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적절한 재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야 한다. 만성 농약중독에 대한 진료가 전문화된 임상의 어느 한 과로 치우치면 중독을 포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치료에 대한 인식이 단편적이거나 피상적으로 치우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신경과(neruology), 심리사가 포함된 정신과(psychiatrist), 그리고 독성학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계열의 의사(toxicologist)가 협진을 통해 개개인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결론 : 만성 농약중독에 대한 문제점을 고찰하여보았다. 많은 만성농약중독환자들이 원인 불명의 치매 혹은 파킨손씨병 같은 진단을 받고 방치되거나 퇴행성 질환이나 신경증 등으로 물리치료실이나 기도원 등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한 연구결과 우리나라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온 50-60대 후반의 농부들의 평균 IQ가 80-90 사이였다. 이들이 처음부터 이처럼 지능이 낮았는지 아니면 만성 농약중독의 결과인지는 알 수없으나 이 자체가 시사하는바가 크다.
일선에서 진료를 담당하는 임상의사들은 사회적으로나 보건학적인 측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있는 우리나라 농민 환자들의 진료에 좀더 세심한 관심을 갖아야 하며 급성 농약중독뿐만이 아니라 만성농약중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여야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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