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토론

콩나물과 농약

지난 3월에 진흥청의 농업과학기술원(농과원)에서 옥쏘리닉에시드(oxolinic acid)와 티아벤다졸(thiabendazol)을 콩나물 콩의 종자소독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뒤이은 일반인의 반대로 당시 김성훈 장관의 지시로 농약사용의 허용에 관한 발표는 없었던 것으로 되었습니다.
저는 농과원의 결정에 전혀 관계하지 않았습니다만, 농과원 의 결정이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지켜 보면서 시민의 농약에 관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며, 무엇보다도 더 이상 농약에 대한 오해가 지속되어서는 콩나물 생산업자, 소비자, 법을 집행하는 정부기관 모두를 위해 이롭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정확한 평가만이 정확한 처방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선생님께서 잘못 지적한 것부터 언급하고자 합니다. 콩나물 재배에 허용하고자 했던 두 가지 농약 즉 옥쏘리닉에시드는 퀴노리논계 세균병에 잘 듣는 살균제이고 티아벤다졸 또한 살균제입니다. 콩나물 재배에는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성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언급하신 유기인계 등의 살충제는 언급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1. 콩나물 재배와 일반 농산물 재배는 다를 것이 전혀 없습니다. 일반 농산물에는 농약사용을 허용하면서 콩나물 재배에는 농약사용을 금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습니다. 사실 콩나물 재배에 \'인돌\'이라는 농약을 현재에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돌에는 IAA와 6-benzylaminopurine(BA)라는 유효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두 성분은 모두 생장을 촉진하는 생장촉진제입니다. 두 약제 모두 급성독성과 만성독성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 성분입니다.
2. 콩나물 생산업자의 일부는 콩나물 재배에 위에서 언급한 허용된 생장조절제외의 농약을 실제로 살포하고 있습니다. 일부라는 표기를 사용하였지만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콩나물 재배 방법이 밀식재배이고, 재배환경이 온도도 높고, 또한 다습하기 때문에 콩나물의 대량재배에는 필시 콩나물이 병들게 마련입니다. 특히 콩의 껍질과 콩나물 머리부분이 잘 썩습니다. 가정에서 콩나물을 재배할 때에도 콩나물이 병듭니다. 대량재배에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3. 병이 들면 약을 사용합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이 복용하는 약도 마찬가지로 독성이 있는 독물입니다. 콩나물 생산업자의 입장에서는 병든 농산물(콩나물)에 농약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콩나물에는 금지된 농약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4. 콩나물의 병은 대개 종자에서 유래합니다. 옛날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콩나물 콩을 밥상위에 올려놓고 일일이 손으로 병들었거나 손상된 콩은 버리고 건전한 종자만을 골라서 콩나물로 키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콩나물 콩종자를 소독하면 재배 중에 발생하는 병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농과원에서 콩의 종자소독에 농약사용을 허용하고자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종자소독에 상대적으로 독성이 문제되지 않는 농약만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경우에는 지금의 콩나물재배에 무분별한 농약사용을 오히려 줄일 수있고 결과적으로 시민의 건강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5. 농약은 분해됩니다. 세상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 화합물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농약은 대개 분해가 잘 되는 농약에 분류됩니다. 옥쏘리닉에시드와 티아벤다졸은 비교적 환경 중에서 또는 생체 내에서 분해가 잘 되는 농약입니다. 종자소독은 콩나물재배의 첫 단계입니다. 따라서 재배 중에 농약을 살포하는 것보다 종자소독에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최종 상품인 콩나물에 농약이 덜 잔류하게 합니다.
6. 콩나물은 열을 가하여 조리합니다. 신선한 것으로 섭취하는 야채나 과일에도 콩종자소독에 허용을 시도했던 농약을 살포하고 있습니다. 콩나물을 생 것으로 먹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농약의 분해반응은 온도가 높을 수록 더 빨리 일어납니다. 따라서 콩나물에 농약의 법적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여 엄격히 관리하면 일반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7.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독이면서도 이로운 것입니다. 사람에게 만성독성이 문제되는 것은 농약보다는 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음식과 기호품입니다. 술, 담배, 그리고 커피 등은 말 할 것 없고 우리가 일상으로 의심없이 먹는 모든 음식에는 독성이 문제되는 천연의 성분과 미생물 등에서 유래된 화합물이 들어 있습니다. 농약이 문제안된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농약은 누가 뭐라고 해도 독성이 강한 화합물입니다. 정확히 평가하여 정확히 처방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농약사용을 줄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없이 오해나 편견에 근거하여 처방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콩나물에 관련하여 제기된 농약의 문제를 장황하게 늘어 놓은 것 같습니다. 홍선생님과 홍선생님의 home page에 접속하시는 여러분께 농약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황을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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