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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본원 소화기내과 이윤나 교수, 가장 훌륭한 응급구조 장비, 두 손







가장 훌륭한 응급구조 장비, 두 손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이윤나 교수





 


지난 720~21, 내가 재직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는 10회 미래 의대생을 위한 1일 병원 체험행사가 열렸다. 체험행사는 의사의 꿈을 가진 중고등학생들에게 수술실 투어, 동물실험, 모의복강경 수술 등을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해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는 우리 병원의 사회공헌활동이다. 진료를 마치고 행사장 앞을 지나다 보니 의사의 꿈을 가진 중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었다.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실습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문득 한 달 전쯤 일이 생각났다.


 


616일 오후 7, 일본에서 개최되는 ‘2016 동경 아시아 췌담도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김포 공항에서 도쿄 하네다 공항을 향하는 아시아나 1065편에 탑승했다. 이륙 후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응급환자가 발생해 의사를 찾는다는 기내 방송이 들려왔다. 방송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뒷좌석으로 가보니 전신에 청색증이 동반된 중년의 일본 여성이 축 늘어진 채로 있었다.


 


환자를 흔들어 깨워 보았으나 반응이 없었다. 좀 더 살펴보니 자발 호흡이 없었으며, 경동맥에서 심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환자가 원인 미상의 심정지 및 호흡정지 상태로 판단되어 나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심폐소생술 중 나와 함께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 중이던 다른 교수님도 달려와 자동제세동기를 부착했다. 2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환자는 자발 심박동이 회복되었고, 제세동은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록 심박동은 회복되었으나, 이후에도 환자는 자발호흡 및 의식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백 밸브 마스크를 통해 인공호흡을 했다. 40분 뒤 비행기는 가장 가까운 공항인 나고야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다행히 환자는 착륙 직전에 의식을 약간 회복한 상태였다. 공항에 미리 대기 중이던 응급 구조 차량 및 의료진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원래 목적지였던 하네다 공항으로 다시 향하는 비행기에서 지난 의사 생활을 돌이켜보니 비록 내가 대학병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의사이기는 하지만, 병원 밖에서 심폐소생술은 시행한 것은 나에게도 처음이었다. 특히 비행기 안이라는 철저히 고립된 공간에서는 의학적 지식이 있는 인력이 충분치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의료 장비도 제한되어 있어 심폐소생술이 쉽지 않았다. 비행기 승무원들은 나와 동료 교수님에게 의사 선생님들이 비행기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환자에게 했던 심폐소생술은 간단한 교육만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의료행위였다. 물론 나도 비행기에서 내린 뒤 내가 비행기에 없었더라면 정말 저 환자는 사망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내가 정말 잘했구나의 의미가 아니라, 의사가 없는 비행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것처럼 심폐소생술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응급시술 중 하나이다. ,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심폐소생술 및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을 숙지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응급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비행기 내에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응급구조 물품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나의 두 손이 가장 훌륭한 응급구조 장비라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