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의료진

의사로서의 소명을 생각하다

의사로서의 소명을 생각하다 - 소화기내과 전문의 이준성 교수


요즘 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다.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의 삶을 다룬 <구암 허준>, 서번트 신드롬을 지닌 자폐 성향의 의사를 소재로 한 <굿닥터> 등. 한의학과 양의학이란 서로 다른 분야지만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공통점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좋은 의사’는 ‘명의’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 그렇다면 명의는 병을 잘 치료하는 것만으로 가능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병을 잘 고치는 것은 명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의에는 여러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기능성 질환에 주목하다

늦은 오후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만난 소화기내과 이준성 교수는 ‘명의’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의사다. ‘왜?’라는 궁금증은 이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 교수는 1985년에 의사로 첫발을 내딛었다. 30년 가까이 의술을 펼치면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위원,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학술위원장, 보건복지부 의료기기위원회 위원 등 본인을 필요로 하는 여러 곳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했다. 현재는 대한소화기기능성 질환·운동학회 회장과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수상내역도 화려하다. 1998년 미국소화관운동학회 신진연구자상, 2002년 국제위전도학회 우수 포스터상, 2004년 국제위전도학회 신진의학자상 등……. 물론 그의 화려한 약력이 명의임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이 교수가 소화기 내과 분야에서 뛰어난 의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소화기내과는 우리 몸에서 음식물의 소화 및 흡수, 체내 저장 및 주요 생체 활성 물질의 합성 및 해독 작용, 배설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맡는 소화기관의 치료를 담당한다.
식도, 위, 소장, 대장과 간, 췌장 및 담도(담낭) 등의 각종 질환이 해당된다. 얼핏 보기에는 암을 제외하고 나면 그리 중병을 다루는 분야 같지 않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문외한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내과는 인체의 질병을 아우르는 가장 중심이 되는 학과입니다. 소화기를 선택한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입니다.” 이 교수의 말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는 것은 아직 ‘소화를 관장하는 장기에 관련해서 개척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소화기 질환의 원인에는 염증성 질환과 기능성 질환이 있습니다. 변비를 예로 들면, 염증 등의 직접적인 원인에 의해 대장이 구조적으로 막혀서 생기는 것을 염증성 변비, 특별한 질병의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대장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생기는 것을 기능성 변비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소화불량은 위염, 장 질환은 장염으로 통일해서 사용했다. 지금도 으레 그렇게 사용하는 의사들도 있다. 기능성 질환과 염증성 질환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일이다. 이 교수의 말에 따르면 소화불량은 위염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 등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내시경을 통해 병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질환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변비가 생기는 이유도 다양하다. 잘못된 다이어트 습관으로 섬유질 섭취를 못해서 생기는 게 보편적이지만 항문 근육 장애로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기능성 장애다. 변비약을 먹어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별것 아닌 병 같지만 지속적으로 훈련을 반복해서 기능을 회복해야 치료할 수 있다.

“기능성 질환 운동장애는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지만,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기능성 질환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시절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다. 현재는 기능성 질환해결을 위해 질병의 원인을 밝혀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가 되었다.
“기능성 질환의 병태 생리를 밝혀 제대로 된 진료를 해주는 것이 환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의 건강은 물론이고, 기능성 질환을 이해하지 못해 계속 검사를 하게 되면 의료비를 낭비하게 되어 엄청난 경제적 손해를 입게 되니까요.”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고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병과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사 본연의 자세는 이 교수를 좋은 의사의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의사의 소명

이 교수는 의술을 베푸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일반인에게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과민성 장증후군을 한 번 쳐보세요. 온갖 비방(秘方)이 넘쳐납니다. 문제는 허위 정보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민간요법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의학 상식으로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아고 걱정한다. 의사가 병을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환자가 올바른 의학 정보를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소화기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의 하나다.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간헐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복통 및 복부 불쾌감과, 배변 습관의 변화 등이 나타난다. 이 질환은 암이나 염증성 장질환(궤양성대장염, 크론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환자의 성격과도 무관하다. 중요한 것은 이 질환이 대장의 기능성 장애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여 식도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주로 가슴이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호소한다. 일반인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위식도역류질환에는 베개를 높게 베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마도 머리를 높게 해서 위의 내용물이 역류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겠지만 완전히 잘못된 처방이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의학 상식을 진실로 오해해 작은 병을 큰 병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작은 병으로 치부해 이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자각하지 못해서 심각한 병으로 키우기도 한다.

이 교수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찾아오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소화기기능성 질환·운동학회 홈페이지(www.ksgm.org)에 일반인을 위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학회라는 곳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이 교수는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을 개탄,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소화기내과의 일반적인 질환에 대한 병증 정보와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은 학회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홈페이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까닭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학회도 알리고 올바른 의학 정보도 제공하기 위해 홍보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보편적 질병에 대한 홍보 강연회를 개최해 사람들에게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자기가 꿈꾸는 삶을 사는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다. 이준성 교수에게도 꿈이 있다. 기능성 질환의 원인을 밝혀 치료법을 개발하는 꿈.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랴, 연구소에서 연구하랴,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이 교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다. 어린 시절 슈바이처에 감동받아 마음에 품었던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고, 의술을 베푸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의사로서의 성취감과 동시에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는 지금, 인류와 사회를 위해 더 큰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위한 실천은 성취의 시작이다. 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이준성 교수에게 꿈은 허망한 송상이 아니라 눈앞에 펼쳐질 현실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전문진료분야: 식도종양, 위장관종양, 위장관 기능장애 및 운동질환, 치료내시경
항공의학적성훈련원 내과과장, 미국 메이오 클리닉 소화기내과 전임의사 역임.
현재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과장/소화기연구소 소장, 대한임상초음파학회 부회장,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회장.
대한항공우주의학회 정회원, 대한내과학회 평생회원/평의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평생회원, 대한소화기학회 평생회원/평의원, 대한초음파의학회 평생회원, 대한췌담도학회 평생회원,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평생회원/평의원, 미국소화관운동학회 정회원, 미국소화기학회 정회원, 국제 위전도학회 정회원, 아시아 신경위장관 학회 정회원,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정회원, 1998년 제10차 미국소화관운동학회 신진연구자상, 1999년 미국 소화기학회 우수 포스터상, 2000년 낙천의학상, 2001년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 우수교육비디오상, 2002년 제10차 국제위전도학회 우수 포스터상, 2003/2004년 International Who's who of Professionals Member, 2003/2006/2007년 한국얀센학술상, 2004년 제12차 국제위전도학회 신지의학자상, 2005년 미국소화기학회 우수 포스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