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의료진

환자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

환자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
감염내과 선배들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순수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를 비롯해 감염질환의 진료와 감염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감염내과 김태형교수를 이달의 교수로 모셨다. 이 코너를 통해 감염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김교수 개인에 대한 매력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편집자 註]


1. 요즘 신종인플루엔자로 최일선 현장에서 정신이 없으실 텐데, 어떠신지요?
감염병이 화두가 될 때마다 그런 격려를 받았는데 실제로는 병원과 의과대학교의 일상 때문에 바쁩니다. “일상(daily life)”이야 말로 저의 가장 큰 벼슬입니다.

의학이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공부해야 할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종류가 많아서 어느 한 녀석에게도 자칫 소홀하면 금방 바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새로운 대유행 독감(신종인플루엔자)도 제가 “관리해야하는(?)” 많고 많은 미생물의 한 종자일 뿐입니다. 고통, 죽음, 감염전파, 업무손실, 따돌림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번 대유행의 공포는 실체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덕분에 저희도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데 기여했습니다.

정말 속상했던 것은 취약한 분들(고위험군)에게 필요했던 각종 예방주사를 구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백신을 두고 확산되는 사람들의 이기심은 마치 영화 “눈먼자들의 도시”의 상황 같다고 할까요..

2. 교수님께서 담당하고 계시는 감염내과는 어떤 진료과 인지요?
감염내과란 에이즈(HIV/AIDS), 종양(암), 장기이식과 같은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생기는 감염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 수술 후 감염합병증과 병원감염을 치료하는 내과입니다.

물론 일반지역사회에 유행하는 감염병 중에서도 말라리아, 폐외결핵, 쯔쯔가무시병, 새로운 인플루엔자 등 다른 내과분과에서 다루지 않는 병들을 치료합니다.

우리 내과학교실의 8개 분과이면서, 전 병원의 항균제(항생제) 치료를 지원하고 관리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상은 합병된 감염병의 치료과정에서 지친 동료의사를 돕는 “의사들의 의사” 또는 “제2의 주치의사” 역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자안전과 의료비용 절감이 전 세계적인 관심이고 병원관리자로서의 역할도 강조되면서 각종서류와의 씨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3. 의사가 되신 계기는, 특히 감염내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
감염내과에는 전형적인 “의사환자관계”가 없습니다. 열이 나는 원인을 찾느라고 산 넘고 물 넘으면서 헤매다보면 환자들의 원망도 많이 받습니다. 게다가 일부 감염병들은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마치 수치스러운 병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감염내과 선배들은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람들이었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수련의 때 감염내과 협의진료를 내면 전임의 선생님이 오셔서 마치 뭔가 기적(?)을 베풀고 가면 환자의 열이 떨어지고 감염병이 치료되는 것을 보면서 “필”을 느꼈습니다.

글 쓰는 것은 좋아하지만 말주변이 없어서 사람들과 씨름하는 것 보다 미생물이나, 검사결과 등을 잘 따져보면서 혼자 씨름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았습니다. 제가 동료의사나 환자들과 말로 소통한다고 하는 것은 마치 외국어를 하듯 자신이 없고 떨리는 일입니다.

4.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
감염내과의사는 직업적으로 입이 매우 무거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공개된 곳에 함부로 제가 본 환자의 정보를 올리거나 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 블로그가 없고 진료 중 병록이 있는 문서를 버릴 때 찢어버리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암환자, 에이즈 감염인들 가운데에는 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있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정이 들어서 의사-환자의 관계를 넘어 개인의 삶과 그 사람의 가정생활까지 걱정해주게 된 분들이 몇 분 있습니다. 꽤 먼 도시였는데 그 분의 결혼식장까지 갔던 적이 한번 있었답니다. 그 이상은 노코멘트..^^

5.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요 ?
신(하나님)이 저에게 맡기신 저의 가족입니다. 아내와 두 아들. 제가 가장 소홀하지만 가장 보상받고 싶은 것은 가족의 행복입니다. 약간 어려움이 있는 특별한 아이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도 내 아들 하나도 잘 못 가르치는 자신에 대한 부담이 저를 자만해지지 않게 합니다.

6.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있으시면 ?
최근엔 규칙적인 운동을 해보려고 하는데 거의 빵점이고, 술 대신 매주 겨우 한번 교회 가서 예배드리면서 충천 받는 부족한 신자입니다. 원래는 영화광인데 하루하루 병원일 속에 살다보니 영화를 잘 보지 못했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생각의 고갈인데 그래서 가끔 영화보고 포스트모던 음악을 듣고 미술관에서 피정의 시간을 가지면서 충천 받습니다.

아내가 허락하는 병원업무 외의 “외도”는 딱 두 가지인데 1) 한 달에 한번 정도 지인들과 책토론 활동, 2) 혼자 영화보기까지입니다. 요즘은 애들이 아빠 닮아서 영화를 좋아해서 애들 시험기간이 아니면 스타워즈, 은하철도999등을 같이 보는 낙이 생겼습니다.

7.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우리 대학교 병원이 우리나라 지역보건에 크게 기여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저희분과와 감염관리실은 4개병원이 한 식구처럼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적 스티그마가 있은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더 드러내고 일찍 치료하면 사회에 끼치는 선한 영향은 매우 큽니다.

사람들은 편견의 눈에는 감염인들의 주홍글씨만 보이지만 의학적으로 접근하면 그들의 건강회복과 안전이라는 윤리적 목표만 보입니다. 환자의 안전이라는 목표는 어떤 정신적인 가치보다도 더 윤리적인 21세기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