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의료진

양현종 교수, 연구는 나의 인생, 의료혁신을 꿈꾸다

의료 데이터 표준화‧인공지능(AI) 연구 주도적 선도


양현종교수


어릴 때 사람 만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소년이 의사가 됐다. 그저 혼자 집에 틀어박혀 무언가 하기를 즐겼었는데 이제는 의사가 되어 환자 만나기를 즐기고, 함께 소통하기를 즐긴다. 물론 여전히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그 대상이 의학에 대한 연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소아청소년과 양현종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의대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삶을 사랑하고 즐긴다. 지금은 또 다른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로 여념이 없는 양 교수를 만났다.

 

서울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양현종 교수는 조용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여느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친구들과 함께 놀기 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혼자서 무언가를 즐겼다. 교장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와 건실한 아버지를 보며 학문적인 것을 즐겼다. 유독 친척들 가운데 의사들이 많았지만 의사를 꿈 꾼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의사는 따분한 직업 같아 보였어요. 저는 혼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 꿈은 화학공학자 이었습니다. 의사는 생각도 못했어요”

사실 양 교수가 의대에 들어간 것은 화학공학과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저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의대였다.

“처음 순천향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자퇴하고 재수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학교 주변에는 논과 밭뿐이었거든요.(웃음)”


마지못한 선택, 하지만 의대는 옳았다

이렇게 원치 않은 삶을 살게 된 양 교수를 바꿔 놓은 것은 다름 아닌 의대생들과의 소통이었다. 선후배 의대생들과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성격도, 마음가짐도 조금씩 바뀌었다.

“사실 공부는 별로 안했어요. 그저 성적을 유지하는 정도만 했습니다. 대신 연극동아리 ‘파사’, 합창동아리 ‘하모니’를 하면서 의대 선후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성격도, 의대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던 것 같아요. 생활하다 보니 의대가 적성에 맞더라고요. 이제는 저의 선택에 만족해요”

양 교수는 지금도 가끔 새벽 6시까지 연극연습을 하던 기억,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을 함께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의대학창시절을 추억한다. 생각보다 의대 생활은 즐거웠다. 적성에도 맞았다. 특히 여러 교수님들과 선후배들과의 소통은 의사가 되는데 많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돌아보면 훌륭하신 교수님들 좋은 선후배들을 만난 것이 지금의 저에게는 가장 큰 자산이 된 것 같습니다. 의대를 택했던 나의 선택, 의사가 된 나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의대시절 처음 선택한 과는 소아청소년과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신경외과를 선택해 9주간 인턴을 돌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신경외과를 포기하고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했다. 지금도 그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인지 신경외과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아이들 환자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매우 행복합니다.”


미래형 병원을 꿈꾸다

어린 시절 혼자 책을 읽고, 생각하기를 즐겼던 성격은 여전하다. 다만 그 대상이 여러 의학적 연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주로 호흡기와 알레르기 분야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래서 대한 소아과학회,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 학회, 서울시 아토피 천식 교육정보센터 등에서 교육위원, 연구위원, 정보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연구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쓴 논문이 100편이거든요. 정년퇴직 전까지 250편을 쓰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양 교수는 연구시간을 얻고자 골프도 끊었다. 그리고 지금도 평일에는 11시까지, 토요일에도 9시까지 업무와 연구를 한다. 힘들 다기 보다는 오히려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업무로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 거짓말입니다(웃음). 시간을 내려면 얼마든지 낼 수 있거든요. 지금은 좀 더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양 교수가 그동안 연구해 온 과제 중 하나는 미세먼지 피해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분야다.

“사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경우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부의 대처가 조금만 빨랐더라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거든요. 대응이 늦은 탓에 근거 수집이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호소에 대한 판정과 근거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에는 환경보존유공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이제는 이 연구와 더불어 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가 하나 더 늘었다. 의료 분야의 데이터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5월 서울병원에는 ‘데이터 혁신실’이 만들어졌다. 양 교수가 이곳의 실장을 맡았다.

“준비하는데 약 2년 정도 소요된 거 같아요. 병원에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다행히 병원장님의 적극적인 지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첫 발을 내 딛게 되었습니다. 이제 병원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해야 할 때입니다.”

올 초 ‘데이터 3법’이 통과됐다. 이 개정으로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과거에는 민감한 의료데이터는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주도형으로 데이터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순천향의료원의 의료데이터의 정밀화, 표준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의 정책 기조는 의료데이터 표준화를 통한 크라우딩 서비스, 데이터 정밀화를 통한 정밀의료,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가 통합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통한 신약,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종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예상보다 빨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병원 의료데이터·플랫폼의 표준화, 정밀화와 혁신적인 비대면 진료 시스템 구축의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되었고, 서울병원의 데이터혁신실이 이 전쟁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5년 내에 국가에서 데이터를 클라우드화해 공통된 전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주도적으로 선도하며 또한 순천향대학병원의 장점을 정부의 데이터에 반영시킬 계획입니다.”

데이터혁신실이 개설된 지 몇 개월 안됐지만 이미 순천향대학교 4개 병원의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표준데이터모델(CDM: Common Data Model)사업에도 참여하여 순천향대학병원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에서 스마트병원, 데이터중심병원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저희 데이터혁신실은 ‘순천향대학병원’ 이름으로 이 사업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구가 취미가 되어버린 양 교수에게 또 다른 관심거리가 생겼다. 인공지능(AI) 분야다. 인공지능을 의료에 접목하는 것. 이 또한 의료혁신 중 하나다.

“인공지능을 통해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에 대해 연구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어떻게 인공지능에 적용시켜 나갈지가 중요하거든요. 이미 영상의학과, 안과 분야에는 실제 진료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의료용 인공지능이 만들어졌지만 국내 적용에는 실패한바 있다. 동양인 환자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 등을 보완할 수 있는 한국형 의료용 인공지능 연구를 준비 중이다.

“순천향의료원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들과 연구 협약을 맺고, 미개척 의료분야를 발굴해서 다양한 인공 지능 분야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어려운 일 같지만 해서 안 되는 일은 없거든요.”

양 교수는 그동안 하고자 해서 안 된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그가 하고 있는 모든 연구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고등학교 시절 부친께서 추천해 주신 소설 ‘대망’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 중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든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안 되는 것은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정년퇴직까지 연구에 몰두 한다는 게 양 교수의 목표다. 그리고 그동안 순천향의대의 훌륭한 의사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역량을 다시 후배들에게 더 좋게 물려주려 한다.

“요즘은 연구부에서 후배들을 교육하고 후배들이 연구비를 따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가장 즐겁습니다. 제가 선배들한테 물려받은 많은 유산을 제 후배들에게 더 큰 유산으로 물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일은 정년 때까지 멈추지 않고 해 나갈 생각입니다.”

양 교수는 “이제는 순천향대학 의대 출신으로 어느덧 중간쯤에 위치에 와 있다”며 “순천향대학병원이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선배이자 후배로서 더 많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주변에 논밭밖에 없던 캠퍼스를 보며 재수를 생각했던 어린 시절도 있지만, 지금의 순천향대학교의 발전을 보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많은 훌륭한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순천향대학병원은 연구역량만큼은 상위권이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양 교수는 후배에 대한 사랑도 내비췄다. 또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성장하는 후배들을 보면서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런 후배들에게는 ‘참고, 준비하고, 기다려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30대 후반, 40대 초반에는 조바심이 많이 생깁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이 조바심 때문에 사소한 것으로 자잘한 욕심을 부립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큰 것을 놓치게 되거든요. 저도 많이 경험한 일입니다. 아쉬워 말고, 참고, 노력하고, 공부하면 본인의 원했던 큰 길 위에 서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