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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스토리,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커밍아웃 스토리,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이은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2014년부터 젠더클리닉을 시작해 100명에 가까운 트랜스젠더의 호르몬 치료와 상담을 하고 있다. 15세부터 66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트랜스젠더들이 찾는다. 진료실을 찾은 분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호르몬에 대한 상담도 받는다.

상담의 대부분은 커밍아웃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 혹은 앞으로 커밍아웃 할 것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 것들이다.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고민하고, 좌절하며,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한다.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한 경험도 털어 놓는다.

이 같은 행위는 자신의 성정체성 자체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받게 될 차가운 시선, 편견, 차별에 대한 두려움, 부모, 가족 및 주변으로부터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이미 거절당함에 대한 좌절로 인한 것들이다. 부모들의 내면에도 트랜스젠더 자식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크게 자리한다.

이들의 걱정을 대변하듯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 역시 아직은 많이 불편하다. 필자도 하리수씨가 처음 트랜스젠더임을 밝혔을 때 신기하고 다소 이상하게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만 해도 트랜스젠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고, 하리수씨로 인해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그 때 가족이나 가까운 주변에 하리수와 같은 트랜스젠더가 있었다면 그녀의 커밍아웃이 그리 신기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커밍아웃 스토리’라는 책을 보면 게이 혹은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부모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그려내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던 자녀의 어두운 모습, 은폐하고자 하는 모습에 걱정을 하다가, 커밍아웃 후에는 혼란과 갈등으로 자녀의 정체성을 부인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녀의 성정체성 혹은 성적지향을 존중하고, 여전히 고슴도치 새끼처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녀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보면서 충분한 공감을 갖게 되었다.

필자가 병원에서 만나는 트랜스젠더들 역시 전혀 신기할 것도, 이상하게 느껴질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형제자매, 그리고 누군가의 친구이다. 머리가 뛰어난 사람도 있고, 미모가 뛰어나고, 기술이나 예술적인 재능이 풍부한 사람도 있다. 교사, 노동운동가, CEO, 직장인 등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간혹 주변에서 이들을 치료하는 것이 ‘신의 섭리에 위배된다는 생각을 안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했다. 한동안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신은 살인자도 용서한다는데 스스로 인간답게, 자신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인 이들을 용서 못 할까’라는 대답을 나름대로 찾게 되었다.

다시 ‘커밍아웃 스토리’의 한 구절이다. ‘저는 제 자식 00와 같은 성소주자들의 존재는 하느님이 창조한 이 세상의 놀라운 다양함의 귀한 일부라고 믿습니다. 풍성한 피조물들의 꽃밭의 한 부분에는 00와 같은 트랜스젠더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발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입니다. 누구도, 어떤 제도나 힘도, 그 삶의 신비로운 빛을 함부로 가리거나 꺼뜨려서는 안 됩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존중받아 마땅한 평범한 인격체이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 줘야한다.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