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지혜로운 당뇨병의 관리에 관하여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
신장내과 황성조 교수
당뇨병 진단받은 분들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통계로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2%, 600만 명 정도가 당뇨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뇨병은 심혈관질환(심근경색, 뇌졸중, 동맥경화)의 위험도를 높이며, 만성 신장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관리가 안 되면 투석치료를 필요로 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할 수 있고,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시력저하, 실명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암이나 치매 등 다른 질환의 발생 위험도 당뇨가 없는 분들에 비하여 유의하게 발병률을 높인다는 여러 논문, 자료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당뇨병 약제에 많은 발전이 있었고, 관리를 잘하면 당뇨합병증 위험을 많이 낮출 수 있고, 당뇨병을 가지고도 오래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임상의사로서 환자분들을 진료할 때 당뇨병 관리가 잘되지 않는 분들을 흔히 보게 되어 당뇨병 관리에 중요한 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태어날 때는 우리 몸 안에 당을 잘 조절하는 수많은 조절기전(Mechanism)이 있습니다
만약에 인간의 몸이 먹는 대로 바로 피속으로 당이 쏟아지는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식사를 어떻게 하든 일정하게 당을 유지하는 수많은 조절 장치 내지 기전들이 우리 몸 안에 존재한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24년 현재 지구 최고의 과학자들이 당뇨병에 대하여 열심히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세한 기전을 다 알지 못하고 작은 부분만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약들은 혈당을 잘 조절하기 위하여 관리하는 약제이지, 당뇨병 자체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 당뇨 경계선에 있거나 당뇨병 진단이 되면 약물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많은 분들이 당뇨 경계선에 있거나 당뇨 진단 초기에는 어떻게든 약물을 미루고 생활습관을 바꿔서 당뇨를 관리하겠다고 하십니다. 본인이 “당뇨병 환자”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게 싫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좋지 못한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당뇨병을 되돌이킬 수가 없는 경우가 다수이며, 대부분의 당뇨병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 + 생활습관, 식습관, 스트레스 등 각자 삶의 요인이 누적되어 당조절 기전이 상당히 망가졌기 때문에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을 생각해 볼까요? 대부분의 유아들은 뭘 어떻게 먹던 혹은 안먹던 당은 비교적 잘 조절됩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수백가지 이상으로 추정되는 당조절 기전이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데, 비록 경계선이라도 당뇨병을 진단받을 정도가 되면 (혹은 당뇨 전단계에 이를 정도가 되면) 이미 상당부분 당조절 기전이 손상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미 조절기전이 상당히 손상된 상태라면 현재 사용 가능한 약제를 통하여 최대한 조절을 하는 것이 당뇨병의 진행과 합병증 발생을 낮추는 길입니다.
이것은 마치 집에 불이 난 것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불꽃이 일고 불이 더 옮겨붙기 전에 어서 불을 끄는 것이 현명합니다. 불을 계속 타게 내버려두고 관리만 하겠다는 방안은 결과적으로 집에 많은 손상을 가하게 됩니다.
최신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당뇨 초기에 다양한 약제를 써서 초기 적극적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장기 예후가 좋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또한 당뇨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하여 (부모님, 형제자매 중에 당뇨 진단받은 분들은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유전적 요인을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약제를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현명합니다.
3. 현명한 식습관 및 운동습관
설탕음료, 과자, 밀가루, 흰쌀 등 당을 갑자기 올리는 음식을 피하고, 잡곡, 육류, 어류, 야채 등 당을 많이 올리지 않는 현명한 식습관과 식후 운동이 필요합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운동을 하루에 2~4시간씩 하여 당뇨를 극복해 보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근육운동, 유산소 운동을 골고루 하는 것이 당연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당뇨 조절을 위하여는 한꺼번에 격렬하고 긴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매 끼니마다 식사 직후 10분 내외에 산책, 계단 오르기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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