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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아랫배 통증, 왜 아무 이상 없다고 할까?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

산부인과 홍정아 교수



여성이 아랫배, 혹은 골반 언저리가 아프면 어느 과 진료를 봐야 할까?
‘아랫배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장기는 크게 소화기계(소장, 대장), 비뇨기계(방광, 요도), 그리고 생식기계(자궁, 난소, 난관)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아랫배통증이 있는 여성이 소화불량이나 변비, 설사 등이 동반되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보고, 빈뇨나 배뇨통 등의 배뇨관련곤란이 있다면 비뇨의학과, 생리통 등이나 성교통이 동반된다면 산부인과 진료를 보게 된다.


그러나 세 과 모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한다면?
아니면, 다른 동반증상도 없으면서 정확히 어디라고 콕 짚어내기 힘든 모호한 아랫배의 통증만 있다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하지?
아니면 아랫배만 아픈 것이 아니라 허리, 골반, 가랑이, 사타구니나 허벅지까지 때때로 같이 아프다면?


만성골반통(chronic pelvic pain)이라는 임상 증후군이 있다. 보고에 따라 유병률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18-50세 여성의 약 15-20% 정도가 1년 이상의 만성골반통증을 호소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그러나 의사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만성골반통이라는 용어에 친숙하지 않으며, 더군다나 환자들에게는 더 생소할 수 있다.
일단 정의가 통일되어있지 않은데, ACOG(The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s and Gynecology)의 만성골반통 정의는 다음과 같다.


ACOG의 만성골반통 정의.
△기간 및 주기성 :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비주기성 통증 △통증 병변 : 해부학적 골반, 배꼽 이하의 복부, 요천추부, 또는 엉덩이 부분 △통증 정도 : 기능성장애를 일으키거나 의학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통증.
정의가 통일되어있지 않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일 수 있으나, 워낙 다양한 원인으로 골반통이 발생하기 때문일 수 있다. 부인과질환, 비뇨기계질환, 위장관계질환, 근골격계의 골반 뼈, 인대, 근육, 근막, 신경 등의 원인을 꼽을 수 있으며, 나아가 스트레스나 장기간의 통증에 대한 면역학적 요인까지 관여함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원인이 다양하므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 골반울혈증후군 등의 만성골반통 원인이 있음이 확인되더라도 근골격계 질환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진료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이 되는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하고,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면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컨트롤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가운데, 좌우든 아랫배가 장기간동안 아프거나(아픈 ‘양상’은 콕콕 찌른다, 찌릿찌릿하다, 우리하다, 묵직하다, 뒤틀린다 등 원인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사타구니, 가랑이, 골반 안쪽, 골반 가장자리, 엉치뼈, 엉덩이 뒤쪽, 허벅지 가장자리 쪽에 통증이 있거나, 성관계중, 혹은 성관계 후에 통증이 있거나, 외음부에 지속적으로 통증이 느껴질 경우 만성골반통을 진료하는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많은 환자들이 이전에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십년 이상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면서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이상 없다는 말밖에 못 들었다거나, 어떠한 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당신의 통증이 가짜이거나, 당신이 만났던 의사들이 모두 잘못한 게 아니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질환이 순차적으로 있고, 우리나라는 이제 여성의 만성통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로 발전을 이룬 것뿐이다.
나의 일상생활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나의 통증을 이해하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만성 통증. 적절한 진료와 처치로 해방될 수 있다. 다만 만성적인 통증치료의 목표는 대부분 통증을 아예 0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감당하여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완화시키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