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스토리

“아픈 이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 그림 그리는 의사





“현미경으로 백혈구 같은 세포만 관찰해 오다가
지금은 꽃의 세밀한 부분을 관찰한 뒤 그걸 화폭에 옮기는 화가가 됐어요.”

+ 진단검사의로서 관찰력 도움/ 세심한 붓질 미술계도 주목
+ 작품 100여점 주제 모두 꽃/ 아트페어 등 30여 차례 참여

순천향대 구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안지영 교수(55). 그는 ‘그림 그리는 의사’로 유명하다.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답게 현미경으로 혈액과 세포 등을 들여다보고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개인전을 세 번이나 열 정도로 미술 실력도 수준급이다. 의사로서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쌓아온 안 교수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단 하나. ‘아픈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하는 작은 소망 때문이다.

“병원은 일반 사회와는 다르잖아요. 아픈 사람, 힘들게 사는 사람이 모여 있는 집합체니까요. 그런 환자들을 진료하고 돌보는 의사나 간호사, 심지어는 행정직원까지 직·간접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죠.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안 교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우연히 친구가 다니는 미술 학원에 등록하면서부터다.

“음악 등 예술활동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게 예술을 좋아하게 됐어요. 취미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림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지요.”

입문 당시를 떠올린 안 교수는 같은 순천향대 출신으로 구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이 많이 응원해줬다고 했다. 안 교수의 미술작품 주제가 모두 ‘꽃’이라는 사실도 눈길 끈다. 단순히 예쁜 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꽃잎에서부터 암술과 수술 등 꽃의 모든 구조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안 교수의 화려한 색채감과 섬세한 표현기법은 미술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진단의학과 교수는 대면 진료보다는 현미경으로 혈액과 세포 등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좋아하는 꽃을 그림으로 자세히 표현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라고요. 13년간 취미로 해온 꽃꽂이 활동도 꽃그림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린 작품이 벌써 100점이 넘는다. 단체전과 아트페어 등에도 30여 차례 참여했다. 또 한국의사미술회 정식회원으로 미술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의학과 미술은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깊은 관계가 있어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 대부분은 정서적 충격을 받게 되는데 미술은 환자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면역력을 높이고 치료효과를 상승시킵니다. 어쩌면 나 역시 미술행위를 통해 나 자신의 정신세계를 치유해 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안 교수는 직장 동료와 함께 미술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2010년 ‘순수회’(순천향 수채화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병원 내 미술동호회를 결성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회원들은 매주 모여 작품활동을 하고 토론도 한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연다. 지금까지 7년간 꾸준히 열릴 정도로 환자와 직원의 반응이 좋다.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의 구분이 엄격한 병원조직이지만 ‘순수회’는 그림 하나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3년 전부터 안 교수는 자신의 작품을 병원에 기증해 엘리베이터, 복도 등 곳곳에 걸어두고 있다. 안 교수의 작품에 회원들의 작품까지 더해지자 삭막하기만 했던 병원 분위기도 부드럽게 변했다.

안 교수는 미술활동 외 재즈 피아노 연주자로, 병원 내 꽃꽂이 모임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안 교수의 취미는 개인의 행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와 병원 종사자 등 타인의 행복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때문에 안 교수는 병원에서 행복을 나눠주는 전도사로 불린다.

“미술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이나 부담감도 생기지만 내가 가진 재능을 활용해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직원과 나눌 때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그동안 전폭적으로 밀어준 남편이 가장 고맙고, 앞으로도 행복이 가득한 순천향대 구미병원이 되길 바라며 작품활동을 계속하겠습니다.”

글. 영남일보 조규덕 기자
(본 글은 영남일보 2017-02-04자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