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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의료진

내과의사는 훌륭한 조연?이다.


최근 의학드라마가 꽤 인기 있었다. 그전에도 유사한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내용이 보다 전문적이고 시술이나 수술 장면 등도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주된 배경이 되는 곳은 병원에서도 가장 급박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환자의 생사가 달려 있는 응급실이나 수술실이며 출연하는 주인공들 대부분이 외과계열 의사들이다. 아마도 외과적 질환들이 진단이나 치료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외과의사의 병원생활이 많이 알려져 있다면 내과의사의 하루는 어떨까?

내가 보낸 레지던트 시절을 돌이켜보면 외과계열보다는 상당히 정적이다. 아침에 전체 교수님과 레지던트들이 모여 저널 발표와 병동, 응급실 당직 보고를 한 후 각 분과 별로 다시 아침 모임을 가진다. 입원중인 환자는 하루 사이 변화나 진단, 치료 방법의 선택 등에 대해, 신환은 의심되는 질환과 처치에 대해 상의한다. 그리고 나서 회진을 하는데 내과는 타과에 비해 레지던트와 실습 학생 수도 많다 보니 회진에 참석하는 숫자가 어떤 때는 이삼십명 이상 되기도 한다.

간혹 흰 가운 입은 사람들은 모두 의사로 생각하고 환자들은 그 숫자에 놀라기도 하지만 실제 반 수 이상은 학생들이다. 외과계열이 수술실에서 수술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수련과정이라면 내과에서는 회진이 거기에 해당한다. 환자의 증상과 진찰 및 검사소견 등으로 의심되는 질환을 찾아내고 치료에 대해 상의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회진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환자 앞에서 말하지 않은 많은 내용들이 차트를 볼 때나 회진 사이사이에 브리핑되어지니 회진 시간이 서너 시간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회진이 끝나고 지시 받은 내용을 실행하다 보면 오전시간이 지나간다.

담당하고 있는 환자수가 많은 전공의는 해야 할 일들이 밀려 있는 탓에 점심시간에 식사하기란 쉽지 않다. 오후 시간이 비교적 여유 있다지만 저녁회진이 있는 분과는 오후부터 회진 준비하므로 식사를 거르는 일은 다반사이고 저녁 회진이 끝나면 7시-8시, 그리고 그날 신환과 병동환자 처방을 내고 나면 11시-12시가 된다. 당직이면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보야 하는 건 당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레지던트 1년차는 일이 끝나면 밤늦은 경우가 많아 그냥 병원에서 자기도 한다.

내과의사의 생활은 비교적 단조롭고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 입원해 있는 내과 환자들은 생명이 위태로운 중환자들이 많아 항상 긴장해야 한다. 외과에서 수술을 할 때 어떻게 할지 고민하듯이 내과의사는 약을 투여할 때 어떤 약을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지 고심한다. 내과의사의 하루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어느 곳에선가 환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훌륭한 조연들이다.


글. 김성동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