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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머릿속 시한폭탄 ‘뇌혈관 꽈리’

작성일 : 2013.10.0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8,252


뇌동맥류란 뇌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풀어나는 병으로, ‘뇌혈관 꽈리’라고도 한다. 주로 뇌혈관이 가지 치는 부위에 발생한다. 동맥류 크기가 커서 뇌신경을 압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파열이 일어나기 전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구의 1~6%정도에서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출혈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인구 10만 명당 연간 10~15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발생원인은 확실치 않지만, 혈관벽의 선천적 결함, 혈류역학적 스트레스, 결체조직질환, 가족력 등으로 보고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환자는 갑작스런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된다. 그 통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해 “평생 이렇게 심한 두통은 처음이다”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두통과 함께 구역, 구토 등이 흔히 동반되며, 헛소리, 간질발작, 반신마비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지주막하출혈량이 많을 경우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합병증은 재출혈, 뇌혈관연축, 수두증>

뇌동맥류파열은 적어도 3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첫째는 ‘재출혈’이다. 파열된 뇌동맥류는 파열직후 대부분 출혈이 멎은 상태로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된다. 파열부위를 응고된 혈액이 혈괴를 형성해 지혈하고 있는 상태로 혈압이 상승하면 재출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출혈 첫날은 4%, 첫 2주 내 20%, 6개월 이내 50%에서 재출혈을 경험하게 된다. 재출혈 시는 예후가 매우 불량해 70% 이상에서 사망하게 된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은 재출혈을 방지하고자 출혈당일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둘째는 ‘뇌혈관연축’으로 지주막하출혈 발생 후 4일에서 2주 사이에 출혈된 피가 녹으면서 뇌혈관을 자극해 뇌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세 명 중 두 명꼴로 나타나지만, 뇌허혈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약 30% 정도다. 이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경색으로 인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은 이를 조기에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위해 출혈 3일 이후부터 경두개초음파 검사를 매일 실시한다. 검사상 혈류속도의 증가가 심해지기 시작하면 강력한 약물치료와 함께 혈관을 통해 풍선 카테터를 넣어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는 ‘풍선혈관성형술’을 시행하여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셋째는 ‘수두증’이다. 이는 지주막하출혈 후 비교적 늦게 나타나는 후유증으로 뇌척수액 흡수 속도가 느려져 발생하게 된다. 수두증이 심할 경우, 보행실조, 요실금,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흡수시키는 뇌실-복강 단락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뇌동맥류의 진단은 ‘뇌CT’와 ‘CT-혈관조영술’, 카테터를 이용한 ‘디지털 감산 혈관조영술’로 확진할 수 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 차원에서 MRA(MRI 혈관조영술), CT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하여 파열되기 전 단계에서 뇌동맥류를 진단 치료하기도 한다.

파열된 뇌동맥류 환자의 예후는 일반적으로 세 명 중 한명은 후유증 없이 병전상태로 회복되어 정상 생활이 가능하고, 한명은 후유증을, 한명은 사망하게 된다.

<머리를 열지 않고 치료>

뇌동맥류 파열환자의 주된 치료는 뇌동맥류로 들어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혈관에 카테터를 넣어 백금코일로 동맥류 속을 채우는 중재적 치료 방법과 개두술을 한 후 수술용 클립으로 뇌동맥류를 결찰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수술은 오래전부터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수술 장비의 첨단화가 이루어지면서 안전성과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머리를 열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최근에는 머리를 열지 않는 혈관내 시술을 더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뇌혈관내 시술은 ‘뇌동맥류 코일색전술’이라고도 한다. 전신마취하에서 사타구니 대퇴동맥에 도관을 삽입하여 시행한다. 모든 시술이 혈관 속에서 진행되므로 수술과 달리 피부절개가 필요 없고, 수술 후 통증도 없다. 시술에 앞서 3차원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여 뇌동맥류의 크기, 모양, 입구의 크기, 분지 혈관과의 관계 등을 확인해 시술 각도를 결정한다. 시술은 먼저 뇌동맥류가 위치한 혈관까지 굵은 도관(카테터)을 넣고, 다시 이 도관 속으로 0.3㎜ 정도의 가는 미세 도관을 삽입하여 뇌동맥류 속으로 밀어 넣는다. 미세 도관을 통해 백금코일(용수철처럼 말리는 부드러운 물질로 꽈리 안으로 넣으면 미리 정해진 직경으로 말리게 된다)을 삽입하여 맨 먼저 동맥류 벽을 코팅한 후 그 안을 순차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동맥류를 막는다. 크기가 큰 꽈리일수록 많은 코일이 필요하다. 시술 중 혈관촬영으로 꽈리 안의 혈액 흐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면 시술을 끝내게 된다.

혈관내 풍선 카테터와 스텐트의 발전으로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입구가 넓은 동맥류도 코일색전술로 치료하고 있다. 시술 중 파열시 수술에 비해 더 위험할 수 있고, 크기가 큰 동맥류는 혈류 역학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시술 후 코일 부피가 줄어 수개월 후 뇌동맥류로 피가 다시 흘러 들어가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후자의 문제는 반복적인 치료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뇌동맥류의 치료는 동맥류의 모양과 크기, 분지혈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수술적 방법과 혈관내 치료방법을 상호 보완적으로 적절히 선택한다면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윤석만 / 뇌신경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