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30분마다 화장실-속타는 과민성 방광

[건강] 30분마다 화장실-속타는 과민성 방광 (2003.07.08)

회사원 유모(여·26)씨는 고속버스 여행을 못한다. 30분마다 화장실에 가야하는 요의를 느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주말 여행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쿵덕거린다”고 말했다.
여대생 박모(21)양은 1시간마다 화장실을 가야하기 때문에 수업을 들을 때는 항상 뒤출입문 부근에 앉는다. 신호가 감지되면 달려나가기 위해서다.

젊은 여성들이 왜 이렇게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는 걸까. 방광을 조이는 골반근육이 느슨해져 소변이 새는 요실금을 벌써 앓고 있는 걸까. 아니다. 정답은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다.

◆ 너무나 예민한 방광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란 방광 감각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방광근육이 수축,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현상을 말한다. 소변 횟수가 잦아지는 ‘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새는 ‘절박성 요실금’ 등이 증상이다. 방광에서 느껴지는 팽창 감각이 과민하거나, 방광의 물꼬를 터주는 배뇨근이 민감하기 때문이다.

2002년 국제요실금학회에서 개정된 정의에서는 절박뇨와 상관 없이 빈뇨와 야간 빈뇨를 동시에 가진 경우를 ‘과민성 방광증후군’으로 보고 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뇌졸중·치매 등 신경계 질환이나 방광 및 요도의 국소적인 자극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남성은 나이가 들어 방광 출구를 막는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 50% 이상에서 과민성 방광 상태가 된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염과는 다르다. 방광염은 주로 세균감염에 의한 염증으로, 빈뇨와 절박뇨 등 증세는 비슷하나, 배뇨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둘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 소염제 복용 후에도 방광염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할 수 있다.

◆ 젊은 여성에게도 많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우리나라 40대 이상, 성인 남녀의 약 30% 이상이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하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에서도 눈에 띄게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비뇨기과학회 등에서 국내 20~40대 여성 3372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47.8%가 과민성 방광 증세를 보였다. 이는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카페인이 든 커피·알콜음료·감귤류 주스·토마토 주스·탄산음료·꿀 등의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가 잦고, 긴장 상태에서 오랫동안 앉아서 업무를 보는 컴퓨터 작업이 늘어난 탓도 있다.

순천향의대 비뇨기과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의 23.4%가 과거에 방광염이나 요도염 등 요로감염에 걸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족 중 과민성 방광증후군을 앓은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27.5%에 달해, 가족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요실금보다 일상생활 불편 더해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요실금과 비교해 일상생활의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요실금 환자가 성생활시 정상적인 배뇨 기능을 가진 사람에 비해 겪는 불편이 3.9배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4.3배로 분석된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도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정상인보다 5배 많으며, 요실금은 2.9배로 조사됐다. 이는 요실금은 기침을 하거나 배에 힘을 줄 때 소변이 새기 때문에 미리 대처할 수 있지만,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갑작스럽게 요의가 느껴져 불안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환자의 60%는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45%는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고, 50% 정도가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있어도 적극적인 치료를 회피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수치심에 조기 치료를 미루다가 만성병으로 키우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치료는 정상적인 방광 기능 회복과 나쁜 배뇨습관의 교정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3∼6개월 꾸준히 치료받아야 결과가 좋다.

병원에서의 치료는 우선 약물 요법이다. 방광의 감각 신경을 둔화시키는 약제가 쓰인다. 예전엔 이런 약을 먹으면 입이 마르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런 부작용 없이 방광수축만 억제하는 치료제(디트루시톨)가 개발돼 있다. 그 밖에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쓰이는 ‘알파 아드레날린 차단제’ 등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약물요법은 행동치료와 운동요법 등을 병행해야만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증세 호전을 위해서는 방광에 자극을 주는 매운 음식을 피하고, 하루 6~8잔의 물을 마셔 변비를 예방하는 것도 좋다. 수영·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도 장운동을 좋게 하고 골반근육을 긴장시켜 증세 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마라톤 등 너무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방광을 심하게 자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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